퇴직금, 한 번에 받을까 연금으로 받을까
퇴직할 때 목돈으로 받은 퇴직금, 통장에 찍힌 숫자를 보면 기분이 좋다. 그런데 이 돈을 '일시금'으로 받느냐 'IRP에 넣어 연금으로'받느냐에 따라 세금이 수백만 원 갈린다는 걸 아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. 솔직히 나도 이걸 늦게 알고 아까웠던 기억이 있다. 본 글은 퇴직금 수령 전략을 세금 관점에서 정리한다.
먼저 — 퇴직금과 퇴직연금은 다르다
용어부터 정리하자. 퇴직금은 회사가 쌓아뒀다 한 번에 주는 전통적 방식. 퇴직연금은 DB형(회사 운용)·DC형(본인 운용)으로 미리 적립하는 방식. 그리고 IRP는 이 퇴직급여를 받아 굴리는 개인 계좌다.
핵심은 이거다. 퇴직급여를 '현금으로 바로'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떼고 끝, 'IRP로' 받으면 세금을 미루고(과세이연) 나중에 연금으로 나눠 낼 수 있다.
일시금 수령 — 간단하지만 세금 손해
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으면 '퇴직소득세'를 한 번에 뗀다. 근속연수가 길수록 공제가 커져 세율이 낮아지긴 하지만, 목돈을 그대로 쓰면 노후 자금이 빨리 소진되는 게 더 큰 문제다.
내 생각엔 일시금이 정당화되는 경우는 딱 두 가지다. ① 당장 큰돈이 필요(빚 상환·사업자금) ② 금액이 소액이라 세금 차이가 미미할 때. 그 외엔 대부분 IRP가 유리하다.
IRP 수령 — 세금 미루고 연금으로
퇴직급여를 IRP로 받으면 받는 시점엔 세금을 안 뗀다(과세이연). 그리고 만 55세 이후 '연금'으로 나눠 받으면 퇴직소득세의 **30~40%를 감면**받는다. 같은 돈인데 세금을 덜 내는 것이다.
게다가 IRP 안에서 굴리는 동안 운용수익에 대한 세금도 미뤄진다(연금 수령 시 낮은 연금소득세). 즉 '세금 미루기 + 감면 + 복리'의 3중 효과다. 노후 자금이 목적이라면 IRP가 합리적이라고 본다.
현실 점검 — 내 실수령은 얼마?
퇴직 후 재취업 전까지 공백기 자금 계획도 중요하다. 마지막 급여 실수령액과 퇴직금을 함께 놓고 '몇 개월 버틸 수 있는지' 계산해두자.
특히 퇴직 직후엔 건강보험이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바뀌며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(임의계속가입으로 일부 완충 가능). 이런 '퇴직 후 복병'까지 자금 계획에 넣어야 한다.
그래서 어떻게 받을까 — 내 결론
솔직한 내 입장은 이렇다. 당장 쓸 데가 없는 퇴직급여는 무조건 IRP로 받아라. 세금 30~40% 감면은 '확정 수익'이다. 어떤 투자도 이만큼 확실한 절세를 보장하지 못한다.
다만 주의할 게 있다. IRP로 받아놓고 '운용'을 안 하면(예수금으로 방치) 수익이 0이다. IRP는 '계좌'일 뿐, 그 안에서 펀드·ETF를 매수해야 굴러간다. 그리고 중도 해지하면 감면받은 세금을 토해내니, IRP는 '진짜 노후까지 안 건드릴 돈'으로만 넣어야 한다. 급전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면 일부는 일시금, 일부는 IRP로 나누는 것도 방법이다.
흔한 궁금증
Q. 근속연수가 짧으면 그냥 일시금이 낫나?
금액이 작으면 세금 차이도 작아 일시금이 간편할 수 있다. 다만 소액이라도 IRP에 넣어 노후 종잣돈으로 굴리는 게 장기적으론 낫다고 본다. 푼돈이라고 써버리면 노후에 아쉽다.
Q. IRP로 받았다가 급전이 필요하면?
중도 인출이 까다롭고, 감면받은 퇴직소득세 + 기타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. 그래서 비상금은 별도로 두고, IRP엔 '없는 셈 칠 돈'만 넣어야 한다.
Q. 연금으로 받으면 매달 얼마씩 나오나?
적립액·운용수익·수령 기간에 따라 다르다. 10년·20년 등 기간을 길게 잡을수록 월 수령액은 줄지만 세제 혜택은 커진다. 본인 노후 현금흐름에 맞춰 설계하면 된다.
Q. 회사가 DB형인데 내가 IRP로 옮길 수 있나?
퇴직 시점에 퇴직급여를 IRP 계좌로 이전 신청하면 된다. 대부분의 직장인이 선택 가능하니, 퇴직 전 인사팀에 IRP 이전 절차를 미리 물어보자.
마무리 — 받기 전에 5분만 계산하라
퇴직금은 인생에서 몇 안 되는 목돈이다. '어떻게 받느냐' 하나로 수백만 원 세금이 갈리는데, 대부분 그냥 일시금으로 받고 만다. 위 계산기로 내 퇴직금과 실수령을 먼저 확인하고, 당장 쓸 게 아니라면 IRP를 진지하게 검토하자. 세제는 매년 바뀌니 수령 직전 최신 기준과 본인 조건을 꼭 확인하고, 큰 금액이면 세무 전문가 상담을 권한다.